◇봉래초등학교 야간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가족들과 아이들의 모습.
가족참여, 아이들 독서 습관 정착기여
"TV, 컴퓨터 보다 책 읽고 독후감 쓰는 게 더 좋아요. 특히 공룡책이 얼마나 재밌는데요…”
책 보다는 TV, 컴퓨터가 더 좋은 또래 아이와는 달리 책에 푹 빠진 봉래초교 차태민(8세)양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그칠 줄 모른다. 태민양이 이처럼 책과 절친한 친구가 된 비결은 따로 있는 걸까.
봉래초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름방학 동안 ‘야간 도서관’을 개방했다.
보통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운영되는 이 도서관은 에어컨이 제대로 가동되면서 저녁 7시~9시까지 연장했다.
할아버지, 아빠, 엄마, 이모, 동생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봉래초교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골라 옆에 쌓아두고 한 권 한 권 집중하며 읽는다.
야간 도서관 개방을 통해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랬던 김칠수 교장은 “날씨는 덥지만 시원한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우고 진정한 책의 맛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의 습관이 바뀌게 되며 가족간의 대화도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에는 없는 책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많은 책들이 빽빽이 들어서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은 언제든지 구비가 가능하다고.
이모랑 도서관을 찾은 최은성(8세)군은 “재밌는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이 시간이 기다려져요”라고 환하게 웃는다.
하루에 3~4권의 책을 읽는다는 백민지(11세)양은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시원한 곳에서 책을 읽으니까 더 많이 읽게 돼요”라고 말했다.
도서관 의자로도 부족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지난해에 비해 야간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 수는 배가 되었다고.
어느 누구보다 야간 도서관 개방을 환영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독서 습관이 점차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
학부모들은 “집에서 책을 읽기에는 TV, 컴퓨터 등 방해받을 수 있는 요인이 너무 많다”며 “책을 싫어했던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공부하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아이들과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부모들도 공부가 된다”며 “낮에는 아이들이 학원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저녁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방학동안의 독서 태도가 개학 후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방학 뿐 아니라 개학 후에도 야간 도서관을 개방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