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개막 입장식에서 원로 영화인들이 레드카펫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별들이 쏟아진 충무로국제영화제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빛나는 발견, 넘치는 즐거움 충무로에서 영화는 축제다!’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10월25일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2일까지 총 9일간의 대장정을 모두 마쳤다. 충무아트홀, 대한극장, 중앙시네마, 명보극장을 비롯해 서울광장, 청계광장, 남산골 한옥마을, 충무로 영화의 거리 등 중구 일원에서 펼쳐진 이번 영화제에는 전세계 32개국 144편의 상영작을 선보였으며, ‘발견’과 ‘복원’ 그리고 ‘창조’를 주제로 ‘CHFFS 마스터즈’ ‘한국영화 추억전#7’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과 같은 다양한 기획특별전이 대거 마련돼 이목을 끌었다. (다음은 충무로영화제 행사내용)
# 원로 영화인ㆍ톱스타 대거 참석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지난달 25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본격적인 개막식에 앞서 로비에서 있었던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임권택 배창호 정창화 유현목 감독 등 충무로의 거목들과 이선균 이정재 한지민 하지원 박신혜 등 톱스타들이 대거 참석함에 따라 이들을 보기 위해 찾은 팬들과 취재진들로 행사장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강수연씨가 사회를 맡은 개막식은 간소하지만 품격 있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정동일 조직위원장(중구청장)의 영화와 축제가 함께 펼쳐지며 영화제의 새로운 역사가 될 제1회 충무로국제영화제의 우렁찬 개막선언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성범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러 문화계 인사들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세계 속 중심에 우뚝 설 충무로의 브랜드화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특히 개막작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여타 영화제들과는 달리 충무로영화제에서는 연쇄극(연극과 영화를 같은 무대에서 교차시키며 하나의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는 상연하는 것)형식의 창작극 ‘꿈꾸는 극장’을 공연, 고전 영화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고전을 주제로 한 이번 영화제의 특징을 관객들에게 각인 시키는데 일조했다.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박성범 국회의원과 정동일 조직위원장, 임용혁 의장, 김홍준 운영위원장, 시ㆍ구의원, 영화계 원로, 영화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 축하 파티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 자리에서 정동일 조직위원장은 “지난 10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성원과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오늘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무사히 개막될 수 있었다”면서 “김홍준 위원장과 함께 손잡고 충무로영화제를 통해 앞으로 충무로가 세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영광된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성범 국회의원은 “충무로영화제는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많고 아쉬운 점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무한한 발전 가능성 또한 갖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이 힘을 모은다면 충무로영화제의 개최를 통해 한국 영화 발전의 계기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임용혁 의장은 “오늘 개막식에서의 뜨거운 열기를 통해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었다”면서 “모두가 이번 영화제의 주역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적극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유현목 감독 또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부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단상 앞에 나서 충무로영화제와 충무로의 발전을 기원한 것은 물론, 후배 영화인들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아 장내에 숙연함이 감돌기도 했다.
#영화 속 주인공 과거와 현재 조우
영화제의 묘미는 바로 관객들이 영화 출연자와 제작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인 관객과의 대화에 있다. 영화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가 충무로영화제 속으로 들어오면 색다른 경험이 된다.
최근에는 스크린이나 TV속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흑백영화 속 주인공들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 또한 흑백의 스크린 속 젊고 멋진 배우들의 모습과 중후한 모습으로 변한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도 관객들에겐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됐다.
지난달 27일 중앙시네마에서 상영된 ‘막차를 타고 온 손님들’의 감독 유현목 감독이 뇌경색으로 인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객석 앞쪽으로 입장할 때 객석에는 감격의 물결이 넘실댔다.
특히 이 자리에는 유 감독과 오랫동안 영화 현장에서 함께 뛰었던 김호선 정인엽 감독 등 현장 스탭들도 자리했으며, 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이순재씨와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배우 문희가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을 받았다.
제작비가 모자라 NG컷의 1초도 활용했던 유현목 감독은 이순재와 문희의 내면연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순재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면서 관객들과 함께 4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28일에는 명보극장에서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주인공 황신혜씨와 배창호 감독이 관객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이날 영화 속에서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미모를 자랑하며 관객들의 플래쉬 세례를 받은 황신혜씨는 당시 ‘기쁜 우리 젊은 날’이라는 영화로 영화 데뷔를 했던 것이 자신에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배창호 감독은 현재 영화 촬영 때문에 함께 자리하지 못한 안성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작품 17편 중 무려 13편을 함께 작업한 안성기와의 작업을 추억하기도 했다.
29일 임권택 감독, 유인촌, 김진아, 구중모 촬영 감독 등 당시 스탭들이 한 자리에 모인 ‘연산일기’의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는 제작사가 개봉을 1주일 앞두고 부도가 나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던 당시의 이야기를 하며 관객들과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밖에도 바딤 페럴만 감독이 충무로 깜짝상영을 통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개한 신작 ‘인 블룸’과 언론과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이안 감독의 ‘색, 계’, 그리고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 등도 관객들의 대화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구 행복더하기 성금 1천만원 전달
퇴락한 충무로의 부활을 꿈꾸며 야심차게 출발한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는 개막공연 ‘꿈꾸는 극장’에서 열연했던 광대들의 공연과 서울발레씨어터의 ‘탱고 포 발레’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폐막식이 개최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영화제에 참가한 관람객들의 정성과 성의로 마련된 1천만원의 성금을 정동일 조직위원장이 한국복지재단에 기탁하는 행복더하기 후원행사도 진행돼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이후 정동일 조직위원장의 폐막 선언에 이어 폐막작으로 범죄 영화의 걸작들을 만든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의 1966년 작을 리메이크한 알랭 코르노 감독의 신작 ‘두 번째 숨결’이 상영됐다.
폐막식이 끝난 뒤에는 충무아트홀 컨벤션센터에서 영화감독과 배우들을 비롯해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영화제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하는 폐막 파티가 이어졌다.
이날 폐막 파티는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는 자리였던 만큼 긴장감이 감돌았던 개막식 때와는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됐으며, 이번 영화제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충무로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정동일 조직위원장은 “이번 영화제가 부족한 점이 적지 않았지만 앞으로 개최될 영화제에서 부족한 부분을 적극 보완해가면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전 세계 영화제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김홍준 운영위원장은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영화제의 패러다임을 창출했으며 무한한 잠재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영화인 윤양하씨와 여러 영화 관계자들 또한 “칸이나 베니스 영화제 등과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와 같이 승화 발전해나가길 기원하며, 실추된 충무로의 위상을 드높여주길 바란다”며 충무로영화제에 영화인들이 걸고 있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영화장르 10개 섹션 소개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총 10개의 섹션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개성을 지닌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섹션으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까르뜨 블랑슈다.
까르뜨 블랑슈는 ‘백지위임’이라는 뜻으로 영화제 소속이 아닌 객원 프로그래머들이 영화제에서 보고 싶은 작품을 직접 선정하는 충무로영화제만의 특별한 섹션이다. 이는 보다 폭넓은 계층의 참여를 유도하고 영화제 내부의 시선이 아닌 다른 관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마련된 것.
이번 까르뜨 블랑슈 섹션에서는 김수용 감독이 미클로스 얀초 감독의 ‘붉은 시편’, 일리어 카잔 감독의 ‘방문객들’, 자신의 영화 ‘사랑의 묵시록’을, 달시 파켓 한국영화평론가는 이용민 감독의 ‘살인마’, 정진우 감독의 ‘하숙생’,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을, 그리고 가수 클래지콰이 멤버들이 짐 자무쉬 감독의 ‘커피와 담배’, 테리 길리엄 감독의 ‘브라질’, 안톤 후쿠아 감독의 ‘트레이닝 데이’를 충무로영화제의 관객들을 위해 선정했다.
먼저 김수용 감독이 선정한 영화 중 ‘사랑의 묵시록’은 일본에서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영화로 일본영화를 한국감독이 연출한 것은 최초의 일이었던 만큼 의미가 깊은 영화다. 일본에서는 전국 300여 개 도시에서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나 국내에서는 미개봉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 영화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 목포에 와 한국남자와 결혼하고, 상처받은 고아들을 위해 평생을 살다 한국 땅에 묻힌 일본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 줄기는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윤기가 불투명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것이다.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을 안고 있는 영화로 1997년에 일본 가톨릭영화상을 받았다.
달시 파켓이 선정한 영화 중 ‘하숙생’은 화상을 입은 자신을 배신하고 부유한 중년남자에게 시집을 가버린 여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자는 성형수술을 하고 여자의 옆집으로 이사해 밤낮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정신적 살인을 감행하는 내용의 영화다.
달시 파켓은 이 작품을 두고 “1960년대 한국영화의 기묘한 특징을 보여주는 가장 매혹적인 작품 중 한 편”이라고 극찬했다.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이 선정한 ‘커피와 담배’는 현대인에게서 빼놓을 없는 두 가지, 커피와 담배를 둘러싼 유쾌한 11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로베르토 베니니, 빌 머레이, 스티브 부세미 등 개성파 연기자들이 자기 스스로를 연기하며 그들의 매력을 발산하는 이 단편 모음은 짐 자무쉬의 연출력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 영화ㆍ축제ㆍ관객 추억의 한마당
#온 가족의 즐거운 놀이터, 충무로 난장
10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던 지난달 28일, 충무로 영화의 거리에서는 과거와 현재, 어른과 아이, 그리고 각종 풍성한 공연과 행사들이 더해져 한바탕 어울림 마당이 펼쳐졌다.
충무로 거리 한복판에 설치된 상설무대에서는 중구문화원 소리사랑, 황학동 우리멋 사물놀이, 장충동 국악교실, 신당2동 밴드부, 이글이글 등 생활 속에서 진정한 문화예술을 즐기고 있는 주민들이 무대에 나서 관객들에게 즐겁고 편안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중구구립합창단과 중구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이어졌다.
또한 오후 6시부터는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에도 불구하고 크라잉 넛, 노브레인, 부가킹즈(바비킴, 간디, 주비, 트레인), 드렁큰 타이거, 윈디시티, 슈퍼키드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뭉쳐 화끈한 무대를 선보이며 충무로 영화의 거리를 함성과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웠다.
이와 함께 거리 곳곳에서는 추억난장과 체험난장, 그리고 영화난장이 펼쳐지며 주말을 맞아 충무로를 찾은 가족들과 연인, 친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먼저 추억난장에서는 헌책방과 중고만화 가게는 물론, 이제는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추억의 LP들을 만나볼 수 있는 중고LP 가게도 열렸으며, 재활용 아트로 핸드메이드 옷과 액세서리 생활소품 등을 전시ㆍ판매하고 프리마켓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예술 소품도 만나볼 수 있는 아트숍이 들어섰다.
또한 체험난장에서는 무협 호러 로맨스 SF 코미디 등의 장르를 주제로 한 독특하고 신선한 아이디어 예술소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장과, 재활용 악기 퍼포먼스 그룹 ‘노리단’과 함께 신기한 악기들을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영화난장에서는 그림 영화 간판 마지막 세대로써 광주극장에서 15년째 영화간판을 그려온 박태규 화백이 그린 시대별 영화간판이 전시돼 지나던 이들의 발길을 붙들었으며, 영화에 실제로 쓰였던 각종 소품들과 60, 70년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영화소품 등도 전시돼 어르신들에게는 지나간 시절에 대한 향수를, 젊은이들에게는 체험해보지 못한 과거의 정취와 시대상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했다.
이밖에도 영화 캐릭터 거리 퍼레이드, 추억의 극장 간판, 특수 분장 시연, 영화소품전시, 난장놀이터&난장간식, 크로마키 촬영 체험 등도 크게 인기를 끌었다.
#젊음의 열기 가득했던 남산공감
‘남산 공감’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아름다운 음악에 심취해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고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음악무대가 마음울림과 소리울림의 장으로 구성돼 펼쳐졌다.
먼저 마음울림의 장은 10월26일부터 11월1일까지 10월28일을 제외하고 총 6차례에 걸쳐 열렸으며, 나윤선 조규찬 동물원 이승열 이지형 이상은 두 번째달 김창완 등 남녀노소 세대에 상관없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남산골의 가을밤을 열정과 환호로 가득 채웠다.
특히 10월26일과 27일 저녁에는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센티멘탈 블로크’와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이 무료로 상영돼 남산공감을 찾은 연인들과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또한 소리울림의 장은 10월26일부터 영화제 기간 내내 정오에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펼쳐졌으며, 메이트리 쿰바야 하모니키즈 기막힌 놀이터 툴툴툴 잉카 엠파이어 등의 팀들이 출연해 남산 공감을 찾은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했다.
특히 10월28일 무대에 오른 남녀혼성 5인조 하모니키즈는 다양한 크기와 음색을 지닌 하모니카를 들고 나와 ‘단고3형제’ ‘Yellou a tie vibbon Dawn’ ‘세빌리아의 이발사’ ‘인생회전목마’ ‘스케이팅 왈츠’ 등의 곡들을 하모니카 특유의 아름다운 음색에 담아 가을의 낭만을 시민들에게 선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밖에도 남산공감에서는 통가죽 다이어리 만들기, 핸드폰 고리 만들기, 메모 집게 만들기, 무비큐브 만들기, 아트 손거울 만들기 등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자신만의 영화제 기념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각종 체험행사도 마련돼 큰 인기를 끌었다.
#도심의 한복판서 만끽하는 청계낭만
‘청계낭만’은 도심의 한복판에서 가을의 낭만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 청계광장을 오가는 누구나 CHIFFS만의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됐으며, CHIFFS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고전영화와 충무로밴드의 공연으로 청계광장의 밤은 낭만과 여유가 가득했다.
청계낭만은 개ㆍ폐막일을 제외한 영화제 기간 동안 평일은 저녁 7시, 그리고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1시와 4시, 그리고 7시 3차례에 걸쳐 공연이 진행됐으며, 이정식과 이주한이 이끄는 충무로밴드와 웅산, 한충은, 문혜원의 라이브 공연과 한국여성문예원의 시낭송 등이 펼쳐지며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센티멘탈 블로크’ ‘키드’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 ‘시티라이트’ 등의 영화가 10월29일부터 11월1일까지 4일 동안 공연에 앞서 상영됐는데,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많은 가족들과 연인들이 나와 담요를 몸에 두르고 손난로로 손을 녹여가며 가을 밤 하늘에 수놓아진 별들을 벗 삼아 영화를 관람했다.
특히 이미 영화제 전야 행사인 ‘충무로 연가’를 통해서 익히 알려진 충무로 밴드의 재즈연주는 청계천을 흐르는 물을 따라 시민들의 마음에 낭만을 적시며 큰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10월30일과 11월1일에는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무성영화의 거장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무료로 2편이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돼 다른 어떤 날보다도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무대 한 쪽에는 추억의 영화 포스터도 전시돼 청계낭만을 찾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미술 속 영화, 영화 속 미술 만나기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충무갤러리에서는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Movie In Art-미술 속 영화, 영화 속 미술’전이 개최돼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김형언 난다 박은진 성태진 신창용 이동재 이중근 유영운 좋겠다 프로젝트 등의 작가들이 참가한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과 영화의 만남을 주제로 이소룡, 마를린 먼로, 제임스딘, 톰 행크스, 해리슨 포드, 실버스타 스텔론과 같은 실존인물과 슈퍼맨, 스파이더맨, 헐크 등의 가상인물들을 회화에서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줬다.
먼저 이중근은 영화 ‘써클 Circle’에 등장하는 정신질환자, 검사, 요부의 모습을 각 캐릭터에 맞게 산만하고, 치밀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반복 배치했으며, 오스카트로피의 머리를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바꿔 레드카펫 위에 피라미드처럼 쌓아 놓아 관객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난다는 5,60년대 영화촬영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동작의 인물들을 반복해 배치했다. 이들은 모두 작가 자신의 모습을 연출한 사진으로 발리우드식 댄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물랭 루주 등에서 때로는 무희처럼, 다양한 포즈를 취해 마치 각기 다른 영화의 주어진 배역을 충실히 소화해 내는 연기자처럼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동재는 모든 인물을 픽셀(pixel)단위로 쪼개서 만들어진 하나하나의 점들을 쌀알과 콩, 그리고 반짝이는 크리스털로 재현해 다시 하나의 이미지로 조합했다. 화려하지만 짧은 생애로 마감한 마를린 먼로와 제임스딘은 광채를 발하는 크리스털로, 미스터 빈은 콩으로 재현됐다.
박은진은 회화와 영상을 접목하는 작업으로 동적인 화면을 구성했다. 친절한 금자씨, 씬 시티Sin city의 주인공들은 정교하게 그려지고, 그 배경은 서울의 야경을 촬영한 빠른 영상화면으로 처리한 작업을 보여줘 큰 호응을 얻었다.
신창용은 이소룡, 슈퍼맨, 스파이더맨, 헐크와 같이 정의를 위해 싸우는 주인공들의 강인함을 화폭에 다뤘다. 동경하는 그들과 함께 등장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그려지고 있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태권V라는 추억속의 소재로 작업한 성태진은 목판에 이미지를 양각으로 깎고 직접 채색하는 방식으로 영웅에서 실업자로 전락한 태권V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유영운은 슈퍼우먼super woman 미디어 우먼media woman 배드우먼 bad woman과 같은 여자를 소재로 스티로폼으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매스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잡지와 사진을 옷을 입히듯 붙이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김형언은 터미널과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 등의 영화 주인공들을 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피규어figure 작업을 통해 실물처럼 정교하게 표현했다.
...좋겠다 프로젝트(김종우 윤영완 이원우)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대한 생각과 순간적인 영감들을 모아서 작업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작품은 특정 영화와 관련이 없습니다" 라는 텍스트로 시작, 라인테이프로 낙서하듯 써지고 만들어지는 이미지들과 자전거 형상의 움직이는 조형물로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공간을 구성해 영화라는 소재를 개념적으로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