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가 지난 5월 24일∼25일 정동길에 피워낸 ‘정동야행’ 축제가 13만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해보다 약 3만 명이 더 축제를 즐겼다.
전국에서 서울의 역사문화를 탐방하러 온 방문객,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 봄나들이 나온 가족들, 봄밤의 낭만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행사장 곳곳이 북적였다.
특히 올봄 정동야행에선 축제의 ‘품격’과 막강해진 ‘브랜드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온 가족과 함께 정동을 찾은 한 시민은 “정동야행은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축제다”라면서 “아이들에게 근대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왔다”고 했다.
을시늑약이 체결(1905)됐던 덕수궁 중명전과, 아관파천(1896)의 현장 러시아 공사관자리에서는 가슴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다.
최초 신식 교육기관인 배재학당(1885), 최초 사립 여성 교육기관인 이화학당(1886), 최초 서양식 개신교회 정동제일교회(1887), 최초 서양식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1910) 등 각종 ‘최초’의 역사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어 ‘배울 거리’가 있는 축제로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 관계자 역시 “단순히 먹을거리, 즐길 거리 위주의 축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동은 근대역사문화가 활짝 꽃피웠던 곳으로 공간 자체가 ‘스토리’인 것이 차별화된 점”이라고 했다.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고품격 연주도 곳곳에서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해 보다 약 3만의 관객이 늘어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오후 6시 정동제일교회 앞마당에서 펼쳐진‘진격의 북소리’는 웅장한 우리 북소리를 정동에 울리며 화려하게 오프닝을 장식했다.
24일 저녁 7시 약 2천 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열린 고궁 음악회는 구성진 우리 가락과 클래식 선율이 고풍스러운 궁궐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100년 된 영국제 파이프 오르간의 명품 연주를, 구세군 역사박물관 앞에서는 평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관악기가 뿜어내는 하모니가 감동과 즐거움을 전해 줬다.
근대와 현대를 오가는 음악여행은 25일 토요일까지 큰 관심 속에 이어졌다. 중명전에서는 국가무형유산의 ‘서도소리’가 우리 전통가락으로 신명을 돋우고, 정동공원에서는 함지은의 K팝 댄스공연과 랜덤플레이댄스로 흥이 최고조로 올랐다. 랜덤플레이댄스에서는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직접 무대에 올라 한바탕 춤판이 벌어져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영국대사관 및 캐나다대사관 투어,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다같이 돌자 정동한바퀴’등 사전예약 프로그램은 약 10: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여 축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중구가 축제장 곳곳에 밝혀놓은 조명도 봄밤 낭만을 ‘켰다’. 정동야행의 상징, 청사초롱은 장밋빛으로 돌담길을 물들였으며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정동야행 타이틀 포토존과, 정동공원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 조명’ 주위에는 추억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캐나다 오타와 튤립축제를 콘셉트로 한 캐나다대사관 앞 포토존에도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근대역사의 아픔을 잊지 말되,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우리의 모습에 자부심을 갖자’라는 것이 정동야행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라면서, “K-문화가 전 세계를 사로잡았기에 K-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 정동야행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동야행이 세계인의 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