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⑫ / 남대문5가 최 두 리 씨

강지원 lhy@jgnews.co.kr 2010.05.04 17:55:34

필요한 사람으로 사는 게 보람

"이상한 것은 그 할머니가 싼 똥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는 거예요."

 

남대문5가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두리(54)씨는 진실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 밤, 남대문 교회의 목사가 최씨에게 할머니 한 명을 데리고 찾아왔다.

 

"이 할머니 하룻밤만 여기서 재워주세요. 다음 날 시설로 보내겠습니다." 최씨는 목사의 말을 듣고 아는 언니의 2층집에 그 다리를 못 쓰는 할머니와 간경화를 앓고 있던 아들을 재워줬다. 그것이 최씨가 할머니와 그의 아들을 4년간 보살피기 시작한 운명 같은 순간이었다.

 

사정이 생겨 최씨는 다리를 못 쓰는 할머니와 그 아들을 친 부모와 자식 챙기듯 그렇게 보살폈다. 주변에서는 아무도 이런 최씨를 이해하지 못했다.

 

"간경화를 앓고 있던 아들은 배가 이만큼 불렀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방으로 들어가 보니까 할머니 옆에서 죽어 있더라구요."

 

할머니는 아들이 죽은 줄도 모르고 옆에서 자고 있었다. 최씨는 교회 목사와 함께 아들의 장례를 치러줬고, 이후 할머니를 친부모처럼 보살폈다.

 

"직접 씻기고 밥도 먹이고 심지어는 똥도 치웠어요. 사람들이 냄새 안 나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상하게 똥 냄새가 나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최씨에게 정이 들어 시설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쳐버린 최씨는 할머니를 시설로 보내지 않는 대신 구청에 도움을 요청해 도우미를 옆에 붙여줬다. 그런데 이제 한시름 놓고 생활하려던 최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도우미가 경찰에 절 신고했어요. 기초수급자에게 나오는 비용을 제가 다 챙겼다는 이유였어요. 전 통장 사용 내역을 보여주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죠."

 

결국 도우미의 엉뚱한 오해가 낳은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지만 최씨는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욕창이 생기는 등 더 이상 도우미에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용인의 시설로 보냈다.

 

"정 때문에 할머니도 가기 싫어했지만, 용인의 시설이 너무 깨끗하고 좋았기 때문에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자신의 행동을 색안경을 끼고 보려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최씨는 가끔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수급자들이 찾아오면 자신이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한다.

 

경상도 시골에서 태어나 30여 년 전 서울에 올라왔다는 최씨는 흑석동에서 식당 배달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다.

 

남편 조호영(57)씨를 만나 함께 고생하면서 경희(32) 연희(30) 연진(26) 등 보물 같은 세 딸들을 낳았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어려운 시절을 함께 살아온 세 딸들은 지금 각자 일하고 공부를 하면서 든든한 최씨의 조언자가 되고 있다.

 

"지금은 개발이 되고 큰 건물이 들어섰지만 예전에 이 주변은 모두 쪽방 뿐이었어요. 지금은 여기가 마지막이죠."

 

동네에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 힘든 탓에 노숙자들도 많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보니 괜히 최씨의 가게를 찾아와 욕을 퍼붓고 가는 사람들,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들 등 별별 사람들이 많다.

 

여자의 몸으로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며 남편 뒷바라지를 하고 세 딸들을 키우면서 정작 자신을 돌보지 않은 최씨는 현재 몸이 좋지 않아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최씨는 이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내가 힘이 되면 어디든 가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제가 필요하다는 사실 하나가 제 생활을 보람 있게 만들거든요."

※ 중구민들이 모두 칭찬받는 그날까지 중구자치신문의 칭찬릴레이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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