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⑪ / 회현동 지킴이 이 희 갑 씨

강지원 lhy@jgnews.co.kr 2010.04.29 11:33:27

회현동 '만능 해결사'로 인기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다른 곳은 몰라도 회현동에는 적어도 한 사람은 있다. 바로 통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희갑(62)씨.

 

어렸을 때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영등포와 용산 등에서 일하다 회현동에서 가게를 차린 뒤 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30년이다. 동 주민들이 오며 가며 매일 보는 얼굴에 친근감을 느꼈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건장한 30대였던 이씨는 마을 청년답게 동네일에 솔선수범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런 이씨에게 마을 사람들은 고민을 털어놓거나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하는 일이 잦아졌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많기 때문에 밤 12시에 전화가 오기도 해요.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수도가 샌다는 등의 전화인데 덕분에 제 전화기는 함부로 꺼 둘 수도 없어요."

 

그 런 그에게도 고민거리는 있다. 5년 전 아들의 신장이 갑자기 안 좋아져 투석을 받게 된 것. 아들의 고통스러운 투석 과정을 지켜본 이씨는 결단을 내렸다. 자신의 신장을 떼어 주기로 한 것. 동네일에 온통 신경을 쓰느라 정작 자신의 가정은 보살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지칠 대로 지쳐버린 이씨는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동네일에서 손을 떼기로 다짐했다고.

 

"난 심부름을 해준 죄밖에 없는데 너무 가혹한 벌을 받는 것 같았죠. 착잡한 마음으로 수술실로 들어갔는데, 수술을 끝나고 나서 소문이 퍼졌는지 동네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됐더라구요."

 

이식 비용 등 1천만 원이 넘는 수술비가 눈앞에 놓여졌다. 이씨는 신장을 떼어주는 것은 보험처리가 안된다는 말에 건강보험공단에 문의도 많이 했다. 하지만 부질없는 호소에 다시금 지쳐가고 있을 때, 그에게 동네사람들이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봉투에 3만원, 5만원, 많게는 50만원……. 순간 내가 헛되이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거리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에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죠."

 

동네 사람들도 이씨 없이는, 이씨도 동네 사람들 없이는 살지 못하는 진짜 이웃사촌이 됐다.

 

작년, 근처 여관에서 투숙 하고 있던 윤모씨는 새벽 1시에 이씨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얘기인즉슨, 지하에 물이 찼는데 5명이 2시간을 퍼내도 물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이씨는 일단 호스와 양수기를 구했다. 그리고 긴 전깃줄을 가져와 양수기를 연결해 회현동 주민센터 최진환 팀장과 함께 새벽 4시까지 물을 퍼냈다.

 

"최 계장은 동네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항상 먼저 와 있어요. 진정한 동네 일꾼은 최 계장이죠."

 

부인 이규순(62)씨와의 사이에 정규·철규·현규 등 세 아들을 두고 있는 이씨는 회현동에 30년 동안 거주하면서 고도제한이 빨리 완화돼 재개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현동은 시골동네와 똑같기 때문에 정겨운 면이 있는 반면에 그로 인해서 불편한 점도 많죠. 고도제한이 완화돼야 하고, 신호 체계도 융통성 있게 변경이 돼야 회현동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동네가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골동네 같은 회현동'에서는 어느 집에 경사가 나면 거의 모든 주민이 참석하고, 우리 집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할 시에 이웃에 나눠줄 줄 아는 따뜻한 동네라는 것.

 

"통장협의회장으로서 회현동을 위해 반장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서 더욱 살기좋은 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웃들을 위해 살아가고 싶습니다. 제 핸드폰은 언제나 켜 두겠습니다."

 

※ 중구민들이 모두 칭찬받는 그날까지 중구차지신문의 칭찬릴레이는 계속됩니다.

 



Copyright 2001 JungGu Autonomy Newspaper.


중구자치신문 | (04590) 서울시 중구 다산로20길 12(신당동) 수창빌딩 312 발행/편집인 : 이형연 | Tel. 02)2237-3203~4 Fax. 02)2237-3721 Copyright 2001 JungGu Autonomy News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