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지하상가에 조성된 예술기둥.
그 많은 예술가들은 모두 어디에서 작업을 하고 있을까? 특히 중구에서 이들을 만나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 있을까? 바야흐로 컬처노믹스 시대가 도래했다. 전문가뿐만이 아닌 일반인들도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으며, 그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회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예술가에게는 예술창작 지원을, 지역민에게는 문화향유 기회와 문화예술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예술과 산업의 만남을 통한 산업효과를 도모해 창작과 향유, 경제적 효과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일환으로 ‘남산예술창작센터’(6월9일 개관), ‘서교예술실험센터’(6월18일 개관), ‘금천예술공장’(10월7일 개관)을 개관한데 이어 4번째로 ‘신당창작아케이드’가 지난달 16일 문을 열었다.
예술ㆍ산업 만남 경제적 효과 창출
창작 체험 공간 정보서비스 제공
상인·주민의 공감대 형성이 관건
◆ 실력있는 작가들 대거 입주
지난달 16일 신당창작아케이드가 개관할 당시 각 언론매체들은 작가들의 창작 공방이 될 이곳에 대한 보도를 했으며, 기사를 접한 일반인들과 누리꾼들은 입주 작가가 누군가에 주목했다. 창작 공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탐나는 기회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불합리한 ‘추첨’이 있지는 않았을까 의심도 했을 것. 하지만 현재 입주한 작가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 던킨도너츠 캘린더공모전, 서울국제도서전, 대영박물관 전시, 공예트렌드페어 ‘라이트닝(Lightning)’, 진천 ‘힐링뮤직페스티벌’ 전시, 출판미술협회공모전, 청주공예비엔날레 아트&데코 기프트샵, 이시카와국제칠전, 전국공예품대전, 경향미술대전, 대한민국로봇대전, 메카피아온라인기술경진대회 등 각종 날고 긴다는 대회에서 수상경력을 갖고 있거나 웬만한 실력으로는 발 디딜 수도 없는 유명한 전시회에 작품을 전시한 이력이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중앙시장의 지하쇼핑센터로 들어서면 창작공방이 마련된 ‘길’이 보인다.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며 좌우를 보면 4~5평정도 되는 좁은 공간에 창작 도구들과 물품들을 구비해놓고 조용히 혼자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을 볼 수 있다. 젊은층이 대부분인 작가들을 보고 있자니 친근한 학생 같은 느낌에 작업실로 다가가지만, 전시돼있는 작품들을 발견하게 되면 이들이 경쟁력 있고 위트 넘치는 감각의 소유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 주민밀착형 프로그램운영 활성화 도모
황학동 중앙시장 지하에 위치한 신당지하상가는 한때 지역의 중심상권을 이뤘으나 점차 쇠퇴, 99개 점포 중 52개 점포가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서울시는 이렇게 비어있는 점포를 리모델링해 공예중심의 창작공방을 조성했으며 노후한 지하상가 시설을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되살렸다. 이로써 신당창작아케이드는 공예(도자·섬유·금속·유리·목·종이·지점토·칠·칠보), 판화, 북아트, 사진, 일러스트디자인, 미디어영상 등을 다루는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입주해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 공간이 됐다. 더불어 재래시장 상인들과의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다양한 지역 밀착형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대형마트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을 때, 재래시장 지하에 문화공간을 조성해 시장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 공간을 주민들의 곁에 마련한 것은 획기적인 발상이나, ‘지하’의 작가들과 ‘지상’의 상인들이 상생하지 않는 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 작가들의 ‘기회’와 상인들의 ‘기대’
이 독특한 예술창작공간에 입주한 작가들은 신당창작아케이드를 하나의 기회로 보고 있다.
칠보(七寶)공예 강사이기도 한 서지은 작가는 “작업공간을 편하게 쓸 수 있고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작품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어 좋다”면서 “보통 사람들은 칠보를 나전칠기와 혼동하지만 이곳에 와서 칠보에 대해 알게 되듯이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3번 공방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는 이은원 작가는 “입주 작가들끼리 교류를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평소 관심 있었던 다른 분야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며 “작가들 간 작업관, 고민 등을 나누면서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독특한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기만의 순수 공간을 중시하면서도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실용예술을 추구하는 이들의 바람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중앙시장 상인들.
처음에 상인들은 시장 내 예술공간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 변화를 예측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개관 전후 갖가지 특이한 조형물이 시장 여기저기에 설치되고, 뜸했던 젊은 층의 발길이 하나 둘 보이는 것을 보고 기대를 한다.
◆ 열린공방 대중과의 소통
상인과 작가 사이에 필수적인 존재는 바로 소비자인 주민이다. 실질적으로 시장을 활성화하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주체는 상인과 작가가 아닌 주민이기 때문이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작업실을 창작물을 생산하는 독립된 공간개념으로 한정짓지 않고, 방문객들이 실제 창작이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다. ‘열린 공방’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을 원하는 예술가’와 ‘접근이 쉬운 예술작품을 찾는 시민’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 모두 40개의 개성 있는 공방들은 투명유리로 설치돼 작업과정을 볼 수 있으며 작가 또한 상인이나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재래시장의 낙후된 이미지가 ‘예술 시장’으로 거듭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지하상가의 기둥, 계단, 벽면 등 공용공간, 지상시장의 공조기 닥트 등 시설물에 시장을 상징하는 미술작품으로 장식되고, 시장 천정에는 입주작가가 직접 제작한 한지등공예 작품 10여점을 설치해 시장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또한 중앙시장운영회와 협력해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중앙시장축제에 문화의 감성에너지를 접목시켜 ‘서울시의 대표적인 시장축제’로 특성화 시키고, ‘거리예술 퍼포먼스’, ‘예술 만물상 프로그램’ 등 시장의 생활에너지를 색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을 기획중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 대표적 패션 중심지인 동대문 지역의 패션 연합 단체와의 MOU체결을 통해 공동상품 개발 및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지원한다. 의상, 장식품, 액세서리 등 상품화가 가능한 생활디자인 및 공예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패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진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에 입주작가를 참여시켜 디자인 개발의 아이템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 피할 수 없는 과제
지난달 16일 개관식 때 보여준 ‘시장의 발견’은 전시장에 중앙시장의 손때와 역사를 보여주는 기물을 활용해 전시를 했으며, 40개의 창작공방에 입주작가들의 작업실과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도 한 ‘오픈 스튜디오’, 공동작업실에 상인 자녀,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던 ‘공예체험, 나도 예술가’에서 신당창작아케이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상인들과 작가들 사이의 교류를 모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흥+정 가게’와 신당창작아케이드 조성 시작단계부터 작가들의 공방만들기 완성 단계까지의 변화모습을 영상물로 상영함으로써 소통의 가능성도 보였다.
서명구 매니저는 “시장 속에 위치하면서 순수미술 보다는 생활 속 공예 위주의 창작으로 시장 속 또 다른 예술시장이 마련된 것”이라며 “폐쇄된 작업실이 아니라 개방된 소통공간으로써 지역과 시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6일~12월23일까지 1개월간 또 다른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지점토, 유리, 규방공예, 리사이클링, 도자, 금속·주얼리, 한지공예, 칠보, 북아트, 섬유, 칠공예 등을 요일별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 중구민들은 참여해 볼 만 하다. 참가비는 13세 이하 아동은 2천원, 14세 이상은 4만원이며 궁금한 사항은 신당창작아케이드 운영사무실(☎2232-8833)에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