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구수한 전통의 맛 단골 많아
황토벽으로 단장 고향 냄새도 솔솔
몇 년 전부터 전국의 맛 집을 찾아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 식도락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TV, 인터넷 등에서 소개하는 이름난 맛 집을 찾아다닌다.
그럴듯한 인테리어와 대형 TV 설치, 아이들의 놀이공간까지 마련된 식당이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씁쓸히 돌아선 경험이 있다면 중구 약수동 황토골을 한번 찾아보자.
약수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첫 번째 골목으로 바로 우회전을 하면 신당 우체국이 보이는데 그 바로 맞은편에 ‘황토골 설렁탕’이 운치있게 자리 잡고 있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입구부터 소박한 고향 냄새가 솔솔 풍긴다. 서효철(47) 사장이 2~3일 들여 손수 바른 누런 황토벽이 마당에서부터 방 안까지 가득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골, 반골, 우족, 잡뼈로 육수를 만들면서 양지를 넣고 18시간 정도를 함께 삶아 고기가 무르고 국물이 뽀얗게 될 때까지 충분히 끓인 육수는 맛이 깊고 은은하며 미네랄이 풍부하다.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올 때 쯤, 끓는 물에 삶아낸 다음 찬물에 행군 소면, 얇게 썬 고기를 넣고 서 사장이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를 큼직하게 접시에 담아 내놓으면 손님들의 입맛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10년간 제과점을 운영하다 2003년 6월 식당을 개업했다는 서 사장은 “실력 있는 주방장을 1년간 고용해 배운 요리법으로 손님들에게 영양가 높은 맛을 선보이고 있다”고 자랑한다.
영양가 있는 맛을 선보이기 위해 육류는 호주산으로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야채는 가락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손님들의 입맛을 맞춘다.
이 식당의 특이한 점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을 공략한다는 것.
식당을 개업할 때 책정한 5~7천 원 정도의 저렴한 음식 가격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난히 단골손님이 많다. 단골손님들의 입소문으로 또 다른 단골손님이 늘어가지만 한두 번 왔다가 가는 손님들은 거의 없다고.
또 식당 2층에서 고3인 아들이 공부를 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오후 8시경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들은 일절 들이지 않는다. 이처럼 서 사장의 오는 손님 안 막고, 가는 손님 안 붙잡는 특유의 여유와 낙천성으로, 식당 홍보에 그다지 열을 올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꾸준히 7,80명은 기본으로 이 식당을 찾는다.
7년째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지만 개업 이후에 2번의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고.
하지만 서 사장은 “예전 광우병 파동, 이번 경제 위기로 인해서 손님이 절반으로 준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됐다”면서 여유로운 표정이다.
같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부인 이용숙(43)씨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들을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다”면서 “장소가 협소하지만 입소문 때문인지 종종 점심시간인데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간혹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이곳 ‘황토골 설렁탕’은 설렁탕 말고도 해장국, 갈비탕, 도가니탕, 꼬리곰탕, 모듬수육, 도가니수육과 함께 해장국, 육개장 등 다양한 메뉴가 있는데 입맛 없을 때 점심 메뉴로 그만이다. 건강도 챙기고 감칠 맛 나는 설렁탕을 맛보고 싶다면 황토골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황토골 설렁탕 ☎2253-7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