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문형주 중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중구자치신문 기자 ejgnews@hanmail.net 2018.10.24 12:32:56

'밥' 한번 먹기 전에…

 

/ 2018. 10. 23

 

올해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던 해이다.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은 각자 자신이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일꾼임을 자부하며 경쟁했고, 개표 결과로 개인의 명암은 엇갈렸다. 선거운동 현장의 치열한 경쟁은 끝이 났고,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다만 선거가 끝이 났어도 유의해야할 점이 있다. 공직선거법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음식물, 금품 등을 제공하는 '기부행위'를 항상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선거와 관련이 없는 시기이고,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나 지인들에게 식사라도 한번 대접 해야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생활에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은 다른 사람과의 친분관계를 만들고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 될 수 있다. 선거법에서 기부행위를 한 사람에게 내리는 처벌은 매우 가혹하다. 형벌 자체도 무거울 뿐만 아니라, 일정 금액 이상의 벌금형만 받아도 현직 정치인의 경우 당선무효가 될 수 있으며 피선거권이 박탈되어 앞으로 선거에 한동안 나올 수 없게 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정치를 하려는 생각이 없더라도, 현직 정치인이나 예비정치인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기부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처벌을 받는다.

 

선거법에서 처벌하는 대상은 비단 기부행위를 한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위 사람들에게 기부행위를 받은 사람은 그 가액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거나, 기부행위 받은 금액의 10배에서 50배 사이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7천원 짜리 해장국 한 그릇을 대접받았다는 이유로 35만원의 과태료가 나오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가혹하고 냉정한 이야기인가. 큰 돈도 아니고 겨우 밥 한끼 나누는 것을 가지고 이토록 매정할 수 있다니 말이다. 허나, 우리 선거문화는 시작부터 '막걸리와 고무신'으로 대표되는 금권선거에 오랫동안 지배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는 많이 사그라들었다고는 하나 금품으로 표를 사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러한 사실을 기억해두고 친구나 지인 등과의 식사자리가 있을 때에는 잠시만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정치인으로 현직에 몸담고 있거나 앞으로 선거에 나오려고 하는 사람과의 식사자리가 있을 때는 고민하지 말고 전화기를 들어 '1390'을 눌러보자. 해당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것이다. 매일 먹는 별 것 아닌 '밥'이지만, '밥' 한번 먹기 전에 잠시 여유를 두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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