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기억로 조성 '아픈 역사서 교훈을'

이형연 대표기자 ejgnews@hanmail.net 2018.03.15 10:31:46

13일부터 역사탐방길 매주 화·목·토 운영… 남산에 있는 일제 침탈 흔적 볼 수 있어

 

역사탐방길로 조성된 "남산 기억로' 코스.

 

/ 2018. 3. 14

 

조선시대 남산은 신성한 산으로 추앙받았다. 태조 이성계는 남산을 목멱대왕(木冪大王)으로 봉하고 이를 모시는 국사당을 지어 매년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 조정에서도 남산의 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엄히 관리했다.

 

그러나 일제는 남산을 크게 훼손당했다. 도처에 벚나무를 심고, 신사와 신궁을 세우고, 공원을 만드는 등 민족정기를 짓밟고 지배를 상징하려 했다.

 

중구(구청장 최창식)가 지난 13일부터 남산 곳곳의 일제 침탈 흔적을 돌아보는 역사탐방길 '남산 기억로'를 운영한다.

 

장충단공원을 출발해 안중근 기념관까지 9개 지점을 잇는 남산 기억로는 총길이 4km로 다 둘러보면 2시간가량 소요된다.

동국역사문화연구소와 함께 지난 1년 여간 준비를 거쳐 선보이는 중구의 신규 코스이자 8번째 도보탐방코스다.

 

남산 기억로를 통해 둘러볼 수 있는 곳은 △장충단공원 △동국대 정각원 △통감관저 터 △통감부 터(서울애니메이션센터) △왜성대 터(남산자락 일대) △노기신사 터(남산원) △경성신사 터(숭의여대) △한양공원비(남산케이블카 인근) △조선신궁 터(안중근기념관 일대)로 모두 9개 포인트다.

 

코스의 기점은 장충단공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충원이라 할 수 있는 장충단은 을미사변 때 순국한 장병을 기리기 위해 고종의 명으로 1900년 건립된 제향공간이다. 일제는 이곳을 공원화하고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박문사를 세우는 등 훼손에 몰두했다.

 

구는 지난해 말 대한제국 이후 장충단과 남산에 얽힌 역사를 상설 전시하는 '장충단, 기억의 공간'을 공원 내에 조성, 시민들에게 이 일대의 의미를 알리고 있다.

 

두 번째 지점인 동국대 정각원은 본래 광해군이 축조한 경희궁의 정전(正殿)이었다. 1926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와 법당으로 쓰이고 있다.

 

통감부는 1906년 설치된 식민지 통치기구로 1910년에 조선총독부로 탈바꿈했다. 1926년 경복궁으로 옮길 때까지 남산에 똬리를 튼 채 한반도 지배의 중심 역할을 했다.

 

현재 통감관저 터에는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가 꾸며져 있고 옆에는 제2차 한일협약을 주도한 하야시 곤스케 동상이 거꾸로 세워져 있다.

 

여섯 번째 지점인 노기신사는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에 공을 세운 노기 마레스케를 위해 세운 신사다. 현재는 리라초등학교와 남산원이 들어서 있고 수조와 석재 일부만 남아있다.

 

한양공원은 한반도 식민지배 후 일본인이 늘어나자 1908년 남산 서북쪽 일대를 영구무상으로 임대 받아 위락시설을 조성했다. 지금은 개원 당시 고종이 직접 썼다는 '한양공원' 비석만 볼 수 있다.

코스의 종점은 안중근 기념관으로 이 자리는 조선신궁 터다. 1925년 건립된 조선신궁은 일본 건국신인 아마데라스 오미가미와 메이지천황을 제신으로 삼고, 국사당을 인왕산으로 옮겼다.

 

남산 기억로는 매주 화·목·토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출발한다. 구는 문화해설사 8명을 배치하고 4명 이상 모이면 무료로 해설사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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