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5. 10
2017년 4월 21일 금요일 오후 8시경 흔히 얘기하는 '불금' 이 막 시작되는 시간에 긴박한 출동소리가 울렸다.
출동 당시 건물 밖으로 불꽃이 보이고, 다수의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는 최초 신고내용을 무전으로 들으면서 출동하면서 요즘 고층건물 화재 등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불현 듯 떠올라 상당히 긴장하면서 화재조사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다.
무전으로만 현장상황을 들으면서 작전계획을 짜고, 우선 진행해야 하는 임무를 상기하던 중 무전에서 처종이 '레이저 커팅기 작업장'라는 소리가 들리고 자연스럽게 화재특성이나 경험했던 위험성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더욱더 바빠졌다.
다행히 이번 화재는 초기에 발견되고 화점이 1층 건물 출입구 바로 앞에 있어서 생각보다 간단하게 진압됐으나 불행히도 화재의 크기나 진압소요시간과는 무관하게 1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재산손실을 가져왔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레이저커팅기와 관련해서 서울에서 발생한 화재발생건수는 총 46건으로 연간 10여회 정도의 화재가 발생했다.
일반적인 화재특성은 첫째, 일반적으로 오래전부터 운영해온 곳이 많기 때문에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에 다수 위치하고 있으며, 건물 사이 간격이 좁고 목조 등으로 일반내화구조 건물에 비해 화재확대가 빠르다는 점이다.
둘째, 건물자체에 소방시설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으며, 작업특성상 먼지나 분진 등이 많이 발생하고, 종이 및 아크릴 등 타기 쉬운 재료들이 좁은 공간 안에 다수 존재하고 있어 화재하중이 높다는 점이다.
셋째, 아크릴 판에 광을 내기 위해서 사용하는 위험물(톨루엔) 등 화재를 확대시킬 수 있는 다수의 위험물이 내부에 존재하며, 톨루엔을 분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산소용기 등 폭발 가능성이 크고 연소 확대가 매우 용이하다는 점이다.
넷째,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고가의 레이저 커팅기의 소실로 재산피해가 크다는 점, 다섯째, 물에 취약한 재료들이 많은 관계로 소화용수에 의한 피해로 재사용이 불가능한 재료들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쇄소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을 조사하다 보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중구에도 이렇게 화재예방과 동떨어진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전통시장 화재, 아파트 화재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면서 일반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화재에 대해서는 수많은 대책이 마련되고 그에 관한 예장계획들이 수립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크릴 작업장의 경우 고유한 특성에 따른 수많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시선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화재가 발생하는 요인을 보면 부주의가 19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주로 기기를 켜놓은 상태에서 잠깐 다른 업무를 보거나 식사를 하러 가면서 주변 가연물로 연소가 확대된 사례들이 많다.
잠깐의 부주의로 인해 생기는 화재의 피해는 레이저 커팅기의 가격이 1억원 이상 고가인 것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가혹하다. 더구나 영세업체인 관계로 화재보험에 미 가입된 영업주도 상당히 많아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본인피해는 물론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른 건물의 피해까지 보상해주야 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까지도 발생한다.
화재는 순간의 방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