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⑩ / 회현동 이 화 연 씨

강지원 lhy@jgnews.co.kr 2010.04.15 09:45:35

환자의 고통 사랑으로 승화

코드를 내세우며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배척하는 이기적인 세태가 난무하고 있는 요즘,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인 것처럼 어렵게 살고 있는 타인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 있다. 회현동2가에서 3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세계선교교회 이화연(63)권사가 바로 그 주인공.

 

이씨는 30대 젊은 나이에 회현동 남대문시장에서 일을 하다가 IMF를 맞아 생활이 어려워졌을 때 다른 사람들처럼 재기하거나 성공을 꿈꾸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찾아 돕고 또 돕는 생활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영동세브란스, 강남삼성병원, 순천향대병원, 중대부속병원 등에서 간병인 일을 하고 있다는 이씨는 남들이 다 쉬는 밤이면 병원을 돌아다니며 몸이 불편해 마음까지 지쳐버린 사람들을 보살피고 돌보며 위로한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직접 가정집을 찾아 간병을 하거나, 연고가 없는 할아버지를 국립의료원, 온양, 부여요양원 등을 거쳐 결국 장사까지 치러줬다. 결코 쉽지 않은 이러한 일들에 대해 이씨는 덤덤하게 말했다.

 

"돈 없이도 사람들에게 사랑과 온정을 베푸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의지할 곳 없는 할머니들과 함께 모여서 사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해요."

 

이렇듯 타인에 대해 측은함을 갖고, 몸과 마음의 고통을 잊게 하기 위해 그들을 온몸으로 품어주는 것이 꿈이라는 이씨의 표정은 평온함으로 가득했다.

 

"간병인들 중에는 힘들어서 쉽게 그만두는 분들이 많아요. 이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심정을 이해할 거예요.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씨는 환자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옆에서 끈질기게 보살피며 안심시키기 때문에 성모간병인협회에서도 이씨의 이러한 노력을 알아준다고.

 

하지만 그도 벌써 세월의 풍파를 겪은 60대인지라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터. 이씨는 특히 더욱 많은 사람을 돕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한계에 도달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또한 가족 없이 혼자 사시는 분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간병을 할 때도 환자들에게 '내 몸이 으스러져도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고 말씀드려 환자들에게 믿음을 줍니다. 강남에서 한 85세 할아버지를 간병할 때, '빨리 건강해져서 일어나시라. 그 다음에 나랑 친구해서 놀러다니자'고 말했더니 안심하시고 좋아하셨어요."

 

이씨는 밤에는 간병을, 낮에는 회현동 적십자 회원으로도 활동하며 누구보다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버릇처럼 행해지는 봉사와 나눔은 어렸을 때 봐왔던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방앗간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이씨가 어렸을 때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동네 거지들, 노인들, 아이들 구분 없이 어려웠던 시절, 상대적으로 넉넉했던 이씨의 아버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자라온 이씨에게 나눔이란 그대로 체득된 습관인 듯 했다.

 

현재 정돈화(64)씨와의 사이에 용환(38)·혜수(38)·승훈(33)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이씨는 자식들에 대한 기대와 고마움이 크다.

 

"힘든 가정 환경에서도 스스로 노력해서 공부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낸 효자, 효녀예요. 힘이 들 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힘이 솟기도 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다는 이씨의 눈에서는 편안함과 고마움이 묻어난다.

 

"앞으로 남은 생애를 더욱 많은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습니다. 특히 사람 좋고 인심 좋은 회현동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은혜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 중구민들이 모두 칭찬받는 그날까지 중구자치신문의 칭찬릴레이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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