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중구구립실버뮤지컬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7시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열린 뮤지컬 ‘롱~롱~스트림(Long long stream, 오래된 시냇가)’은 꿈을 펼치는 데 있어서 나이가 조건이 아님이 여실히 드러난 멋진 공연이었다.
권영국 김천혜자 염덕해 이윤영 정상기 하승자 등 6명의 노장 배우들로 구성된 중구구립실버뮤지컬단(단장 김숙희)은 지난 7월 1일 출범해 무더운 여름 내내 인고의 작업을 해 온 뮤지컬 ‘롱~롱~스트림’을 드디어 관객 앞에 선보였다.
6명의 배우들은 이날 함께 공연한 5명의 젊은 배우들의 성량이나 행동을 따라가지는 못했으나 대사와 몸짓 속에 서려있는 세월의 깊이와 고뇌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특히 배우 권영국의 당당하고 자신에 찬 성량, 김천혜자의 어머니 같은 편안함, 염덕해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이윤영의 구슬픈 클라리넷 연주, 정상기의 유쾌한 웃음과 해학, 하승자의 맑고 투명한 노래는 앞으로 이들이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데 있어 강력한 희망이 될 것을 암시했다.
공연 도중 관객들의 잡담, 하품, 휴대전화 벨소리와 극장을 들락날락하는 모습에 객석이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공연 내용에 푹 빠져 재미있는 장면에서는 크게 웃고, 젊은 배우의 철없는 대사에 혀를 차기도 했으며, 어르신 배우의 진심어린 외침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수준 높은 관객의 모습을 보였다.
5,6일 2일간 이어진 이번 뮤지컬은 오랜 세월 극단을 이끌어왔던 ‘극단 냇물’의 배우들이 겪는 이야기다. 극장주가 바뀌면서 노장파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 사이에 갈등이 형성되지만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배우들이 다시 함께 멋진 공연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공연 중 ‘훌륭한 연기라는 것이 말입니다, 한평생 살며 느꼈던 이런 저런 감정들을 정확한 수치로 계산해서 표현해도 부족한 것입니다. 헌데, 요새 젊은 배우들은 겉멋이 단단히 들었죠! 본보기로 제가 연기의 전통을 유지해 보려고 합니다!’라는 한 배우의 대사는 실버뮤지컬단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