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가정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교육문제일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유치원생에서 대학졸업생에 이르기까지 교육문제와 직면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인에게 교육열은 각별하기도 하려니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바탕 '입시전쟁' 또는 '입사전쟁'을 치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의 이상폭등 현상이나 해외이민 열풍， 원정 출산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병폐의 근본 원인 중에는 과열 자녀교육 문제가 으뜸을 차지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교육과열 문제는 한국사회의 만병의 근원이고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가 발전과 역동성의 원천이 된다.

　그렇다고 당장 뚜렸한 해결책이 제시되거나 수술도 쉽지가 않다. 사람들은 아파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아도 강남으로 몰려가고 특별한 대책이 없이도 '자녀교육'의 이유로 해외로 떠난다.

　이러다 보니 공교육은 형해만 남게 되고 사교육 열풍이 극성을 부린다. 학부모 중에는 자녀 사교육비를 벌고자 유흥업소 접대부도 마다하지 않고 노래방에 취업하는 젊은 엄마들도 줄을 선다고 한다.

　교육철학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다. 피그말리온(Pygmalion)은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키프러스의 왕이면서 대리석을 다듬어 아름다운 작품을 조각하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다.

　피그말리온은 틈만 나면 대리석으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했다. 어느날 조각한 처녀상은 특히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 처녀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예쁜 이름을 붙였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 넋을 잃어버렸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에 상사병이 들어 정무도， 조각도 잊고 자리에 드러눕게 된다. 이같은 애처로움을 보다 못해 사랑과 풍요의 신 아프로디테(Aphrodite)가 피그말리온의 소원을 들어준다. 아름다운 조각상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그녀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느날 미소를 지으면서 자기에게 다가오는 갈라테이아를 본 순간 피그말리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를 껴안고 기력을 회복한다. 그리고 다시 옛날처럼 정무를 보고 조각에 열정을 다한다.

　이 신화를 두고 사람들은 자기가 바라는 것이 실제로 충족된다는 말로 이해하면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과학적 근거를 부여한다. 이후 꿈과 이상을 실현하려는 사람，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게 피그말리온이 벗하게 되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동안 교육학계에서 많이 연구되었다. 교육적으로 중요시되는 개념은 '기대'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기대를 갖는다면 그 기대가 현실로 나타난다는 것이 피그말리온 효과이론이다. 여기서 '기대'는 한국적 입신출세나 일확천금의 허황한 기대가 아닌 학생들 스스로가 불러일으키는 기대 작용을 말한다.

　한 예를 들어보자. 신학기에 새로 부임한 교사가 무작위로 20명의 학생을 뽑아 이들에게 뽑히게 된 '기대'의 사실을 알려준다. 그랬더니 4개월 후부터 기대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6개월 후에는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이들 학생들의 학업 성취의 점수가 다른 학생들에 비해 평균 10점 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별난 교육활동이나 과외활동을 시킨 것도 아니었다.

　학생들은 자신을 뽑아준 교사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잠재력이 자극되어 학업능력의 향상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분석이다.

피그말리온 현상이 어찌 학생과 교사의 수업 관계에서만 나타나겠는가. 가정이나 직장 또는 사회에서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 특히 자기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대'와 잠재력에 대한 자극으로 얼마든지 우수한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지능이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없는 바 아니지만 대체로 뇌세포 구성은 비슷하다고 한다. 문제는 어떻게 어떤 계기로 잠재능력을 일깨우는가에 달려있다.

　자신이 만든 예쁜 처녀 조각상에 상사병을 얻을 정도로 몰두한 예술혼과 함께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대로 뜻을 세우고 '기대'를 모으게 되면 꿈을 이루게 된다는 피그말리온 신화는 지금도 우리에게 상징하는바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교육현장에서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시간이라도 자신의 꿈과 이상을 투박한 대리석 조각에 새기는 피그말리온의 열정을 따라보자. 누군가 어느 날 반드시 생명을 불어넣어 줄 것이고 갈라테이아는 당신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올 것이다.

　※위 특별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