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근 사장이 독거노인을 방문해 보일러를 교체하고 있다.
"작은 나눔이 모이면
어려운 이웃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나눔을 실천하는데는 법칙이나 공식이 정해져있지는 않다. 좀 더 가진 사람들은 다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 역시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많고 적고를 떠나 누구든지 나눔을 실천할 수 있고 훈훈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중구 신당동 보일러 설비업체인 동양설비 김진근 사장은 올 겨울 유난히 바쁘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집에 동파로 얼어터진 보일러를 무료 수리 해주느라 정작 본업에는 지장이 있을 정도다.
서울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추웠다는 기록적인 한파가 새벽을 강타하는 동안 보일러가 망가져 추워죽겠다는 한 어르신의 전화를 받자마자 오토바이에 장비를 챙겨 달려간 적도 있다. 보일러가 실외에 있는 터에 어는 손을 녹여가며 일하느라 수리는 아침 6시가 돼서야 마무리 될 수 있었다.
"돈, 돈하며 살아봐야 얼마나 더 벌겠어요. 살아보니 돈 쫓아간다고 돈 버는 게 아니더라구요. 남들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셈 치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면 돈 말고도 소중한 게 얼마나 많은데요."
김 사장이 보일러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거노인들의 거처를 돌봐주던 중구청 자원봉사대가 보일러 기술자를 물색하다 어렵게 찾은 이가 당시 한국열관리사시공협회 중구지회 총무를 맡고 있던 김 사장 이였다.
현재 전국보일러시설협회 종로중구지회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2년여 동안 자원봉사를 하다가 98년부터는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시작했다. 가스보일러, 파이프, 물주머니 등 부품을 구입할 때도 여분을 더 구입하고,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고치거나 새로 해준 설비가 1천여 건이 넘는다.
"언젠가는 한 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나도 보일러 좀 해줘!'하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고요. 솔직히 조금 떨떠름한 기분으로 현장에 갔더니 하반신이 없는 노인이 2평도 안 되는 단 칸 냉방에서 혼자 떨고 계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어렸을 때 전북 부안에서 혼자 상경한 김 사장은 국수집 배달, 공사장 막일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한다.
지금도 아내와 남매를 호의호식 시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앞서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부자라는 게 그의 자랑이다. 아들은 명문대를 나와 국내 유명 포털업체에서 일하고 있고,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닌 딸은 문화재 보존 분야 석사 취득 후 프랑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가 보일러일 하면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도 다 이웃들의 배려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좀 더 어려운 이웃들 챙기는 건 당연한 거죠."
이런 김 사장이 요즘 한 가지 일에 더 매진하고 있다. 바로 한양중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회원들의 후원자가 된 것. 아들의 중학교 담임이었던 이 모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지난 2000년부터 동아리 회원들의 자원봉사 후원 역할을 맡았다.
틈나는 대로 자원봉사를 나간 김 사장은 동아리 아이들을 데리고 2008년부터 한 부모 가정이나 홀로 어르신 등 어렵게 사는 가정에 매년 1천여장의 연탄을 전달해 왔다.
1월 중순엔 자원봉사 동아리 회원 35명과 함께 5가구에 연탄 1천장을 배달할 예정이며, 45만원 상당의 연탄 1천장 값은 모두 김 사장이 부담할 계획이다.